빛나는 계급장에 매료되어 군인의 꿈을 이루고 리더쉽을 발휘하며 지냈던 지난날에 대한 잔상이 남아서였을까? 신입 채용형태인 제대군인 특별채용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뚜렷한 전직 계획조차 없으면서 군 복무 시절의 칭찬과 격려에 취해서 성공적인 출발을 하리란 자신감만 가득했다.
채용지원 횟수가 늘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옥죄어와 제대군인지원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았으나 원하는 답변은 듣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없는 놈이 눈높이만 높아서 빠른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군 경력만으로 어느 정도 수준을 기대하고 무작정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냉철하게 ‘제대군인’이라는 호칭을 벗겨내면 ‘구직활동을 하는 실직자’이고 직무경력이 없는 사회 초년생이다.
그나마 군에서 유사한 직무 경험을 했다는 정도를 유리하게 평가받을 수도 있는 정도라서 채용하려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원서를 자세히 볼 이유도 없고 면접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게 현실이며 군 간부로 오랜 기간 재직한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모든 면에서 제대군인의 구직은 쉽지 않다.
이곳저곳 무작정 입사지원서를 내다가 서서히 합격한 지원서를 흉내도 내보고 자격증도 취득해가면서 홀로 긴 싸움을 하던 어느 날 첫 면접에서 “안정적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군에서 나오셨습니까?”라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정년이 짧아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고배를 마시는 등 제대군인의 어려움을 직접경험하며 제대군인지원의 필요성을 새삼 느꼈다.
아내의 외벌이에 의존하며 한참이 지났을 무렵 제대군인지원센터와 군 선배의 도움으로 서울의 작은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고 3년 남짓 다닌 직장은 군 경력에 사회경력을 더하게 되면서 좀 더 나은 조건과 환경으로의 이직을 준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물론 혼자 안간힘을 쓰며 실패로 돌아갔던 전직 경험 역시 많은 깨달음을 주었기에 제대군인지원센터 담당 상담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조언을 받아 가며 계획하고 준비하여 안정적인 곳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어쩌면 홀로 끙끙대며 먼 길 돌아온 것이 자생할 수 있는 경험치는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좀 더 일찍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지 못한 미안함에 비할 바는 안되기에, 무모했고 어리석었던 준비 안 된 지난날의 ‘나’를 끄집어내어 보여주며, 이제 전직을 준비하는 많은 선·후배 전우들이 똑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고, 제대군인지원센터와 함께 한 걸음씩 정진해 나가면 반드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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