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반듯한 보도블록과 매끈히 닦인 도로 위로 수많은 차가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의 희생이 스며든 이 길 위에서 우리는 무심히 하루를 시작한다. 때로는 바람 한 줄기, 낙엽이 스치는 소리에도 문득 생각한다. 이 땅의 흙 한 줌, 돌 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이 스며 있었을까.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으로 나라의 주권을 빼앗긴 치욕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결의 속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이날을 ‘순국선열 공동기념일’로 정하였다. 광복 이후에도 정부와 민간은 그 뜻을 이어왔고, 1997년 「순국선열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순국선열이라 함은 일제의 침략 전후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다 순국하신 분들을 말한다. 그분들의 이름은 다 기록되지 못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불꽃처럼 살다 간 삶은 이 나라의 뿌리가 되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지만 거대한 우주였고, 그 우주가 사라질 때마다, 한 생의 희생이 이 땅의 내일이 되었다. 우리는 그 무수한 우주 위에 서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경제적 번영뿐 아니라 문화와 기술에서도 찬란한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발전의 바탕에는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흐르며 그 희생은 종종 ‘역사의 한 장면’으로 희미해지거나,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만 단순화되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전부였고, 한 생의 끝이었다.
올해 국가보훈부 주관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의 주제는 『대한민국 빛낼 이 너와 나로다』이다. 광복군의 군가 ‘독립군가’ 속 한 구절처럼,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오늘의 우리가 이어받아,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이날의 행사는 단지 과거를 기리는 자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뜻을 새기고 내일로 잇는 약속의 자리이기도 하다.
11월의 하늘 아래, 우리는 다시 묻는다. “우리가 지금 이 땅에 이렇게 설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대답은 기억과 감사에 있다. 학생은 책 속에서, 시민은 일상 속에서, 공직자는 봉사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나라사랑의 마음을 새겨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를 세상과 나눌 때, 순국선열들의 희생은 오늘도 살아 숨 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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